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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홀로타일(HoloTile)”, 무한보행이 부르는 사회적 우려
작성자 안예주 등록일 25.12.19 조회수 5

물리학이 만든 가상현실 혁신, 그러나 현실과의 거리감은 깊어진다

 가상현실(VR)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자연스럽게 걷는 경험’이다. 그러나 현실의 물리적 공간 제약은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작년 초 디즈니 리서치(Disney Research)가 공개한 ‘홀로타일(HoloTile)’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 중인 다방향 트레드밀 장치다.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자가 VR 속에서 끝없이 걸을 수 있게 하는 이 장치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과 함께 사회적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홀로타일의 표면을 이루는 수많은 원형 타일은 각각 독립적으로 회전하며, 사용자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앞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해당 타일이 반대 방향으로 부드럽게 회전해 발을 제자리로 되돌리면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마찰력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위치·속도·가속도를 측정하는 센서, 뉴턴의 운동 법칙, 회전 운동 역학, 마찰력 조절, 그리고 고도의 피드백 제어가 결합된다. 결국 홀로타일은 단순한 ‘러닝머신’이 아니라 정밀한 물리학과 공학이 융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분명 여러 장점을 지닌다.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걷는 경험을 제공하므로, 게임·영화·테마파크 등에서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재활 치료 환자는 다양한 환경을 안전하게 체험하며 회복할 수 있고, 우주비행사 훈련에도 활용 가능하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화성 표면, 심해, 역사적 장소를 마치 직접 걷는 듯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물리학이 이론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홀로타일은 정밀 부품과 복잡한 제어 장치를 포함하므로 초기 비용이 매우 높다. 상용화되더라도 소수만 접근할 수 있어, 기술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나치게 현실과 유사한 가상 체험은 사용자의 균형 감각과 공간 인식을 교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VR 이용자들은 장시간 사용 후 어지럼증이나 현실감 저하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과 현실 회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디즈니의 홀로타일은 물리학의 정밀한 응용이 만들어낸 인상적인 발명품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양면적이다. ‘무한보행’이 인류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비용 절감과 대중 접근성 확보, 장시간 사용 시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무한한 걸음은 결국 현실과의 거리를 더욱 벌리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홍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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