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신건강 위기, 학교가 나서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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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안예주 | 등록일 | 25.12.19 | 조회수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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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의 비율이 13.5%에 달했으며, 이는 학생 10명 중 1명이 넘는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소년 우울·불안 증상은 급격히 증가했고, 학생 자살률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 교육 현장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적색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다. 입시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끊임없는 성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시험 성적, 내신 등급, 수능 점수로 평가받는 현실은 학생들에게 극심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이는 단순히 공부가 힘들다는 차원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성적으로만 판단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학교 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큰 문제다. 또래 집단에서의 소외, 학교폭력, SNS를 통한 사이버 괴롭힘 등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특히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아를 확립해 가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어려움은 깊은 심리적 상처로 남게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SNS를 통한 타인과의 비교, 외모 지상주의, 디지털 중독 등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 요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가정 환경 역시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갈등,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통제 등은 학생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학업과 진로 문제를 둘러싼 부모와의 갈등은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려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원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도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내 전문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상담실을 찾는 것 자체가 '문제아'로 낙인찍히는 문화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지원 시스템이란,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사후 조치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일상적으로 돌보고 예방하는 선제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교 내 전문 상담 인력의 양적, 질적 확충이 시급하다. 현재 학교당 1명 수준인 전문상담교사를 최소 2-3명으로 늘리고, 정신건강 전문의, 임상심리사 등과의 연계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언제든 편하게 상담실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도 필요하다. 상담은 특별한 학생들만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지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둘째, 정신건강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건 교과나 체육 교과에서 정신건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학급 단위로 정기적인 정서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연계하여 공감, 경청,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교사들의 정신건강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들이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학생들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전문가에게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교사 자신의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한데,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들도 제대로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학업 부담을 줄이고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과도한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이 근본적인 문제 원인 중 하나이므로, 평가 방식의 다양화,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 학생 선택권 보장 등을 통해 학업 스트레스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예체능 활동, 동아리 활동, 자유학기제 등을 내실 있게 운영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탐색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통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위기 학생에 대한 신속한 개입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학부모 대상 교육을 통해 가정에서도 자녀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녀와의 소통 방법, 스트레스 신호 인식, 전문가 도움 요청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학부모가 자녀의 정신 건강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학교에 알리는 것을 꺼리지 않도록 비밀 보장을 강화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학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성적과 입시라는 단일한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학생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다. 학생 정신건강 지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위기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진정한 의미의 교육 회복이 이루어질 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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